[자유/자유] 제목 없음(for. 낙루안 님) - 자유

written by. 아스카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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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0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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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 해시태그 때문에 썼던 것으로 기억

* 예전에 쓰려다가 만 거 뼈대만 남겨놓고 싹 고쳐서 썼던 것. 뒷 내용은 알아서 상상. ㅇㅅㅇ 

 

 

제목 없음(for. 낙루안 님)

 

 

 

Written by. 아스카폴


  이제 막 여름에 들어섰건만, 밖은 무척 더웠다. 바깥 허공을 보고 있으면 아지랑이가 다 보일 정도로. 밖이 더워서 그런지, 안은 에어컨을 아낌없이 틀어주는 학교 덕분에 시원했음에도, 몸은 축축 처지기만 했다. 이런 와중에 하는 중창 연습은 고역이었다. 고 3이라는 핑계로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째는 이 연습은 학교에서 공결을 내줄 만큼 중요한 연습이었기 때문이었고, 둘째는 내가 부장이었기 때문이었다. 
  학교가 이번 연습을 그리도 중히 여기는 이유는 그거였다. 우리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학교가 우리 학교를 온다는 것. 외부 단체, 그것도 계속해서 우리 학교와 관계를 지속할 단체가 학교를 방문하는 것이 학교 입장에선 그리도 신경 쓰이는 일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강제로 공결을 받아 연습을 하게 됐다. 그것도 불시에 선생님들이 감시를 하게끔 해서. 학교가 그나마 해준 배려라곤 고3은 하고 싶은 사람만 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부장이어서 그 대상에서 제외였지만. 
  괜히 부장 맡는다고 했었나. 너무 힘들었다. 육체적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특히 오늘. 안 그래도 머릿속은 오늘 풀려고 했던 문제들로 가득 차 있는데, 중창마저도 어딘가 부족했다. 부족한 부분을 고치려면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그 원인이 감 잡히기는커녕,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안 되겠다. 이건 1, 2교시를 내리 연습한 탓이었다. 그래서 감시하는 선생님께 가서 휴식을 요청했더니 10분이라는 감질나는 시간을 주셨다. 마음에 안 들기는 했지만 상대는 까칠하기로 유명한 2학년 부장 선생님이었다. 더 달라 하면 이것마저 뺏을 것 같아 그냥 조용히 음악실로 돌아왔다.

  "10분 휴식!"

  음악실로 들어가자마자 10분 휴식을 외쳤고, 그 말에 애들은 앞다투어 긴의자에 몸을 뉘었다. 평소 같았으면 장난치기 바빴을 1학년 세 명도 마찬가지였고, 나를 제외하곤 유일한 고3인 내 죽마고우 녀석은 아예 의자 두 개를 붙혀서 누웠다. 의자 붙일 힘이 아직 있다니, 역시 저 자식답다. 

  "저기 선배님, 잠시 밖에 나갔다 와도 돼요?"

  누군가 싶어 늘어지는 애들을 보던 눈을 돌리니, 2학년 부원 애가 있었다. 우리 부 활동이 원래부터 선생님들이 감시만 할 뿐, 같이 있지를 않기에, 애들이 무슨 부탁이나 건의 사항이 있으면 다 나에게 말하긴 했다. 하지만 얘는 이제껏 단 한 번도 그러질 않았다, 부 활동 시간에는. 오늘뿐이 아니라 요번 년도 내내 그랬고, 작년에도 그랬다. 좋아도 좋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싫어도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지시를 내리면 따를 뿐이었다. 그래서 친해지고 나서 얘의 평소 모습을 보고 놀랐지. 원래 성격은 그렇지가 않아서. 근데 그런 애가 연습 도중에 부탁이라니?

  "갑자기 왜? 우리 아직 연습 안 끝났어."
  "저… 그게…."
  "금방 올 거야?"
  "네!"
  "그럼 빨리 갔다 와. 너라면 이상한 짓은 안 하겠지."

  내가 허락을 하자 그 아인 "그럼 다녀올게요!"라고 말하면서 뛰어 나간다. 귀여운 녀석. 다른 애들 같았으면 쉬는 시간이니 그냥 나갔을 텐데. 
  밖을 보던 눈을 거두고 나도 장의자 하나에 몸을 길게 뉘었다. 너무 힘들다. 하기 싫다. 작년 부장이었던 선배도 이렇게 힘들었을까? 아, 그건 아니었을 것 같다. 요년 부원들이 더 말을 안 들으니. 요번 1학년 부원들은 정말, 으으. 생각만 해도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모두 다 그 아이 같으면 오죽 좋을까. 부 활동 중엔 장난도 안 치고, 뭐 하라 하면 말도 잘 듣고. 1학년들의 그 시끄러움을 떠올리니 방금 나간 그 2학년이 절로 생각났다. 참 착한 애야. 부 활동할 땐 평소 성질도 죽이고 있고. 입에 절로 미소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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